처녀시절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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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시절 회상하며

 

 

대학 시절 졸업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우리 과 학생들은 경주의 어느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어느 과든 커플이 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때 내게도 남편이 아닌 같은 과 예비역 선배가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 선배와는 많은 사연들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쇼킹하고 떨렸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섹스는 졸업여행 때의 일이다.

나는 그 당시 지금의 남편과 학부도 달랐고, 자주 만나지도 못했을 뿐더러 구체적으로 사랑한다거나 사귄다는 개념이 없을 때였으므로 내가 원할 때나 선배가 원할 때 항상 섹스를 즐겼고 서로 만족했다. 여행을 가면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저녁을 먹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주 시내를 돌아다니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왔다. 대부분이 샤워를 하고 잠들려 하는 시간쯤 우리는 약속대로 호텔의 맨 꼭대기 층 라운지에서 만났다.

불은 이미 꺼지고 아무도 없는 복도에 혼자 있으려니 무서웠지만 곧 선배가 올라왔으므로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해 객실 맨 위층의 로비로 내려갔고, 역시 손님이 없어 텅 빈 객실 층의 엘리베이터 홀에서 소파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어둡기는 했지만 간접조명과 엘리베이터 층 알림 표시등이 켜져 있어 서로의 모습과 주변을 분간하는 것은 문제없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서로의 입술을 마주 대고 깊은 키스를 나누었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의 성행위는 나도 모르게 더욱 고조되는 흥분을 억제할 길이 없었다. 늘 그렇듯 선배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키스는 나를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욱 뛰어난 것은 능숙하고 기교적인 그의 손놀림이었다. 허리 뒤로 돌린 그의 두 손이 내 등과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어깨와 등 쪽의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내 몸을 열어간다.

간간이 허리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한 손이 엉덩이를 약간 세게, 때로는 부드럽게 감싸쥘 때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떨림이 나를 극도로 흥분시킨다. 터질 듯이 팽팽하게 감싸고 있는 청바지 위로 엉덩이를 만지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며 버스나 캠퍼스에서 항상 날 당혹스럽게 하던 그……!

선배가 나와 입을 맞춘 채 내 몸과 약간의 거리를 두려 하는 몸짓을 보일 때가 내 가슴을 만지겠다는 신호다. 청바지에 넣어진 얇은 셔츠를 위로 꺼내고 단추도 풀지 않은 채 손을 넣어 브래지어 위로 한 움큼 쥐고 만지다가 브래지어를 올리고 유방을 하나 가득 감싸쥐며 손가락 사이로 유두를 쥐고는 약간 세게 당기고 놓기를 반복한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모두 좋지만 나는 선배가 내 유두를 입에 물고 세차게 깨물어줄 때가 가장 자극적이다. 아마도 나는 유두가 최고의 성감대인 모양이다.

그렇게 선배의 애무를 받으며 내 몸을 맡기고 있으니 좋긴 했지만 문득 장소가 장소인지라 불안감이 스며들었는데, 그 점이 나를 더욱 흥분하게 했던 것 같다. 선배 역시 불안해하며 평소보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재미있어 내 쪽에서 천천히 할 것을 유도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있는 층에 손님이라도 나타난다면……?’ 엘리베이터가 작동될 때마다 불이 깜빡이고 층수가 표시되어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지만 그래도 당황스럽고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정면에 소파가 있고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우리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으니…….
만일을 생각해 폭이 넓은 플레어스커트를 입을까도 생각했지만 청바지 위로 만지는 선배의 손길이 더욱 감미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올라왔던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불안해하며 평소보다 급하게 나를 원했다. 아마도 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그를 서두르게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선배를 제지하며 내가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졸업여행지에서, 그것도 처음으로 공개된, 노출된 장소에서 갖는 자극적인 섹스를 그렇게 서두르며 조급하게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형, 나…… 알몸으로 벗겨줘…….” 선배가 놀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라도 오면 어쩌게……?”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나의 재촉에 마음을 굳힌 듯 셔츠의 단추를 풀어 어깨 너머로 벗겨내고는 등뒤로 손을 돌려 능숙하게 브래지어를 풀었다. 옷을 벗자 상체로 차가운 공기가 돌며 더욱 큰 불안감이 찾아오니 흥분도가 더욱 높아졌다. 비스듬히 소파 위에 누운 내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은 선배가 청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린 다음 허리 쪽에 손을 대고는 아래로 벗겼고, 나는 엉덩이를 들어 쉽게 벗겨지도록 도왔다.

선배는 평소 유난히 내 속옷에 관심을 많이 보였는데,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아마도 불안감 때문이었으리라. 항상 내 옷을 자기가 벗기기를 원했고 어떤 때는 나를 무릎 꿇고 앉혀놓은 채 하나하나 벗기는 것을 즐기곤 했다.

팬티 위로 손을 움직여 내 갈라진 그곳과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냄새를 맡기도 하며 때론 팬티가 흠뻑 젖을 만큼 입과 혀로 나를 애무하기도 한다. 다리를 벌리고 눕게 한 다음 팬티를 혀로 젖히고 질구 안쪽으로 들어와 음순과 클릿을 커닐링스 하거나 그대로 속옷을 입은 채 입구 쪽을 옆으로 젖힌 다음 삽입할 때도 있다. 그런 선배의 행동이 처음에는 변태인 줄 알았는데, 다른 남자들도 그런 경우가 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어쨌든 선배는 그날 서둘러 팬티를 내리고 형식적인 애무를 했을 뿐, 곧바로 삽입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나는 불만이었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제지하고는 시간을 끌어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기대했다. 선배는 그런 내가 약간 불만스러웠는지 잠시 짜증스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서두르기를 포기하는 눈치였다. 내 요구대로 소파 위에서 활짝 벌린 내 다리 사이에 앉아 질구와 항문을 혀로 핥으며 손가락으로 아주 세게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대신 입에다 사정해도 되지……? 그렇게 해도 되지……? 그렇게 하게 해줄 거지……?”

선배는 같은 말을 반복해가며 내 다짐을 받으려고 했다.선배의 요구는 있었지만 남여간 섹스에서 몸안으로 사정하는건 기본으로 생각했으나 비릿한 그것을 입안에 넣을 정도로 비위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나는 한번도 입 안에 남자의 정액을 머금어본 적이 없어 순간 당황했지만, 오늘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응…….” 그러자 선배는 갑자기 신나 하며 자기도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둘 다 알몸인 채로 누가 올지도 모르는 공개적이고 위험한 곳에서 섹스에 열중했다. 그가 서두르며 내 아래쪽에 달라붙어 입을 대고는 소리나게 핥아댔다.

“좀더 벌려…….” 그러더니 음순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 비벼대기도 하고 손가락을 깊이 안쪽으로 집어넣기도 하면서 쉴새없이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의 발기된 그것은 내가 방심하면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수 있도록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서둘러 들어올 수 없도록 경계하며 시간을 끌었지만, 아무도 없는 객실 층의 엘리베이터 홀에는 우리 둘만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느껴질 만큼 고요해 순간 흥분이 감소되는 듯했다.

선배는 가운뎃손가락을 손바닥이 위쪽을 향한 상태로 내 속에 넣어 질구 안쪽 윗부분을 아주 부드럽고 빠르게 자극했다. 질 속 위쪽 어딘가를 손가락이 스치며 자극할 때마다 다른 곳이나, 다른 방법과는 달리 유난히 몸이 떨리며 극한 쾌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별이 쏟아지고 몸이 번지점프 할 때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최고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선배는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나의 예민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있어 언제든 나를 마음대로 조절하며 자신과 나에게 항상 만족하는 섹스를 주었다. 하지만 이번 섹스는 누가 와주기를 바라거나 봐주기를 원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뭔가 특별한 느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가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또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관계없이 ‘나의 성행위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느끼곤 했다. 선배의 자취방에서 관계를 가질 때마다 옆방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조심스러웠지만,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사람들이 몰래 우리 모습을 보고 있다면……?
내 벗은 몸과 남자의 그것이 들어가 있는 내 부끄러운 부분을 보고 있다면……?
내가 선배 위에 앉아 몸을 움직이는 것과 그의 것을 입에 물고 핥는 모습을 본다면……?
두 다리를 벌려 위로 높이 치켜들고 누운 채 선배가 나의 그곳에 삽입해 힘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아래쪽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우리 모습을 보고 흥분할까……?
딱 한 번 정도라면 보여줄 수도 있는데……!

상상은 수도 없이 하고 그때마다 혼자서 극도로 흥분하며 묘한 쾌감을 느꼈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언젠가 밤늦은 시각, 학교 도서관에서 선배와 섹스를 나눈 적이 있었다. 도서관 건물과 작은 창고 같은 건물의 중간쯤에 한 사람이 간신히 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가 있는데, 맞은편이 여학생 기숙사의 높다란 축대에 맞닿아 있어 실제 다니는 길은 아닌, 그냥 빈 공간인 곳이다.

우리 둘이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선배의 눈빛과 호흡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다짜고짜 내 손을 잡아끌고는 그곳으로 데려갔다. 순간 나는 당황하고 어이없어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원하는 선배의 특이한 그것에 익숙해 있었고, 또 그때마다 어김없이 아주 만족한 섹스를 경험했던 터라 서둘러 남아 있던 커피를 마시고 선배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그곳은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고, 시간도 새벽 2시가 넘었을 무렵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나는 그냥 선배에게 맡기리라 생각하고 벽에 기대어진 채 그의 키스를 받으며 젖어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선배의 가슴 애무와 목, 귓가를 스치는 부드러운 느낌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여학생 기숙사 축대 위로 울창한 개나리 사이로 누군가 우리를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언뜻 알았다. 순간적으로 그가 여자라는 것과 혼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아마도 기숙사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던 어느 여학생이 바람을 쐬러 잠시 밖으로 나온 듯했다.

나는 잠시 주저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할지, 아니면 선배에게 누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선배가 나를 돌려세우고는 스커트를 올려 허리에 걸치게 한 뒤 허리를 굽히라고 했다. 나는 한 손으로 무릎을 잡고 한 손은 벽을 짚어 균형을 잡으면서,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렇게 엎드린 채 뒤에서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선배가 내 안에 삽입하는 것보다 누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신경 쓰여 행위 자체에서의 쾌감은 평소와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차츰 개나리 숲 사이로 모습을 감춘 채 우리를 훔쳐보고 있는 여자 때문에 알 수 없는 흥분이 밀려왔다.

선배에게 누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로 하고, 그의 움직임에 맞춰 내 몸을 어울려 그녀가 우리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때 나는 평소와 달리 일부러 더 큰 소리로 들뜬 신음소리를 냈는데, 선배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너, 왜 그래? 누가 오면 어쩌려고……? 조용히 할 수 없어……?” 신음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형, 너무 좋아……. 좀더 세게 해줘…… 으……!”

그러면서 유난히 크고 과장된 상태를 연출했다.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 선배는 나를 들어올려 안은 다음 엉덩이를 잡은 채 삽입하고, 나는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 보조를 맞췄다. 내 한쪽 다리를 치켜든 선배가 나를 벽 쪽으로 밀치고 삽입한 것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그 자리를 그곳을 떠나지 않고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선배는 평소와 다른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저 미소만 지은 채 그의 목에 매달려 오랫동안 아주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 그녀를 확인한 다음 먼저 되돌아 나왔다. 갑자기 먼저 가겠다는 나를 보고 선배가 붙잡으며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나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의 배려를 거절하고 나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기 위에서 어떤 여학생이 우리가 하는 걸 처음부터 모두 지켜보았어…….”
“뭐? 누가……. 정말이니? 근데, 왜 말 안 했어?”

선배는 어이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짜증을 부렸다.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날 나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괴상하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내면의 성적 상상과, 그것에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나는 선배의 짜증과 투정을 이전과 달리 내 쪽에서 달래주게 되었지만, 아무리 나이가 나보다 세 살 많기는 해도 선배는 아직 ‘어린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이나 경험이 아닌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선배의 행위가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다. 삽입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을 만큼 가빠지고 내 특정 부분에 집중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홀 옆의 비상구 계단을 따라 운동화를 신은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엇갈리는 발자욱 소리로 그들이 두 사람이라는 것과, 우리처럼 같은 과 커플이라는 걸 어렴풋한 말소리를 통해 알아챌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온몸을 벗은 채로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선배의 커닐링스를 즐기고 있었으며, 선배는 바지가 절반쯤 내려간 채로 셔츠의 단추가 모두 풀린 상태였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지만 나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고,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섹스 도중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모습이 예기치 않게 보여지거나 발각되는 것은 참으로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기쁨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긴장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선배가 벌떡 일어나 바지를 올리고 단추를 잠그며 나에게도 빨리 옷을 입으라고 재촉했지만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 더욱이 팬티와 브래지어, 옷이랄 것도 없는 작은 조각들이 일정하게 놓여 있지 않아 서둘러 주워 모으는 동안 그들에게 벌거벗은 채 허둥대며 움직이는 꼴을 고스란히 보일 게 틀림없었다. 차라리 포기하기로 하고 이 상황이 최악으로 발전되지 않기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형…… 내 옆에 앉아……. 날 가려줘…….” 시간적으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선배가 내 옆에 앉아 날 감싸며 안았다. 가슴이 뛰고 난처하다 못해 곤란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한편으로 긴장하면서도 담담하게 안긴 채 눈을 감았다.

계단 쪽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기역자로 꺾어지는 복도로 들어선 두 사람은 예상대로 같은 과의 그들이었다. 이 시간에 이곳까지 왔다면 목적이야 뻔할 테고, 그렇다면 우리를 본다 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며 피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일자로 된 복도에서 우리가 있는 곳은 움푹 들어간 곳이었고, 그들이 있는 곳과는 기역자로 꺾어지는 곳이라 서로 보이지 않았지만 거리는 불과 몇 미터밖에 되지 않아 오가는 말을 너무도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공개된 곳이라 불안한지, 계단 입구의 문 쪽에 기대어 서서 마주 본 채로 그것을 하기로 한 것 같았다. 우리가 있는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오지 않아 온몸을 벗고 있는 내겐 천만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 옷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누가 오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아…… 여긴 아무도 오지 않아. 누가 오는 것 같으면 금방 피할 수 있으니까 염려할 것 없어…….”
“그래도…… 그냥 내려가자…….”

그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역시 같은 과 선배인 C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서두르는 그의 움직임과 상대 여학생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한 S의 거부하는 듯한 몸짓이 그대로 전달되어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안도감이 찾아오자 날 안은 채 어깨 위로 걸쳐진 선배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젖가슴을 세게 잡은 채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세게 눌렀다. 벌거벗은 채 선배의 품에 안겨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다른 커플의 은밀한 장면을 지켜본다는 것이, 비록 들려오는 소리가 전부였지만 놀라운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선배의 얼굴을 돌려 바라보며 입을 막고 킥킥대며 웃었다. 선배는 깜짝 놀라 내 입을 막으며 얼굴이 사색이 되었지만, 나는 어찌나 우습고 한편으로 흥분되던지 온몸을 벗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선배의 손을 이끌어 나의 그곳에 대고는 클릿 부분을 만지작거리게 했다. 선배는 기가 막힌 듯 어이없어하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형…… 하지 마……. 안 돼…… 다른 데로 가…….” S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옷은 C에 의해 하나하나 벗겨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되는 거친 숨소리와 ‘쪽쪽’ 소리가 함께 들리고, 주의는 하는 듯했지만 S의 ‘으…… 으……!’ 하는 신음소리가 너무도 분명하게 들려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흥분으로 내 아랫부분을 흥건하게 만들었다.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손은 어깨 위로 걸쳐 내 젖가슴을 만지게 하고, 다른 한 손은 내 아랫부분을 만지며 손가락으로 클릿과 음순을 자극하게 하는데 선배는 거의 울상이 된 채 내가 원하는 대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며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굴었다.

선배의 애무를 즐기며 저편에서 들려오는 다른 커플의 움직임을 소리로 직접 느끼자 전혀 다른 만족과 떨림이 여러 번 반복해 찾아왔다. 마치 누가 보는 가운데 섹스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벽에 기대어진 같은 과 친구 S의 브래지어를 위로 올린 채 무릎을 굽혀 젖가슴과 유두를 소리나게 빨고 키스를 하는가 하면, 서로 힘껏 끌어안고는 목과 귀 등을 핥아주고 몸을 더듬으며 애무에 열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앉아봐…….”
“어? 왜……?”
“글쎄, 앉아봐……. 빨리……!”

여자가 무릎을 굽혀 앉는 것이 느껴지고, 남자의 바지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의 거부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남자 선배인 C의 그것이 내 친구 S의 입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 의해 핥아지고 빨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C는 내가 사귀는 선배와 달리 그때 신음소리를 아주 크게 냈는데, 나는 그런 소리를 남자가 내는 것을 알게 된 터라 어찌나 우스웠던지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S가 일어서고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든 채 C가 삽입하는 것이 느껴지며 벽에 등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그녀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엎드린 채 선배가 그녀 뒤에서 삽입하고 앞뒤로 움직이는 듯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에 선배의 그곳과 부딪혀 나는 소리와 흥분에 들뜬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이윽고 선배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으…… 으……!’ 하는 소리와 함께 ‘지금…… 지금이야……. 사정할 거야……’라고 하자 그녀가 ‘어…… 어…… 그래……!” 하며 호응했다. 순간적으로 선배의 입에서 ‘으…… 윽……!’ 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그녀가 내가 느끼는 것과 똑같은 흐느낌으로 떨리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모든 장면이 처음부터 지켜본 듯 생생하자 저쪽의 선배 C보다는 친구인 그녀에게 묘한 느낌이 들었다. 장난스럽고 우스운 동지의식 같은 것이 느껴져 미친 척하고 한번 불러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경우 여자보다는 남자 선배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까 궁금해 선배 얼굴을 쳐다보았다. 선배는 마치 적군에게 들키면 죽을 게 틀림없는 군인과도 같이,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 상황을 너무나 난처해하는 것 같아 단념하고 있자 옷 입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둘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으로 상황은 끝이 났다. 그제야 선배는 한숨을 내쉬며 거의 탈진한 듯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내 옷을 찾아 입혀주고는 쌀쌀맞은 표정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아 당혹스럽고 난처한 가운데 나의 또 다른 모습에 실망하고 정떨어져 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두 번째로 경험하는 ‘노출과 보여진다는 것’, ‘본다는 것’의 묘한 떨림과 흥분을 생각하며 선배와 헤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 여자들 방에는 나보다 먼저 돌아온 그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맞았지만, 나는 그녀가 잠시 전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은밀한 그곳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짐작되어 웃음이 나왔다. 내가 계속 웃자 그녀도 날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좋은 일 있어?”
“아니…… 씻었니?, C선배랑 어디라도 다녀오지 그랬어?”
“어…… 너는……?”
“응, 우리는 만나서 좋았지.”

그러자 그녀가 캐물었다.
“어머, 그래? 어딜 갔는데? 뭐 했어?”
“어, 그냥…… 좋은 데…….”
“어디였는데?”
“어…… 위층…… 맨 꼭대기 층…….”
“너…… 거기…… 거기에 있었어?”

나와 친한 친구이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눈길을 아래로 떨구며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후 그녀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둘은 그날 밤 같이 자며 서로를 장난스럽게 간질이는 등 동질감 같은 걸 느끼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얘, 나…… 지금 흘러나와…….”
“후훗, 그럼 가서 씻어.”
“근데, 씻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

그날 나는 보여진다는 것과 본다는 것,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언젠가 내게도 그런 상황이 ‘의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경험이었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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