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가슴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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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음핵(클리토리스)에는 8,000개 정도의 신경섬유가 연결돼 있다. 
  
그야말로 성감의 핵(核)이라 할 만하다. 

여성의 질벽에 숨어 있는 지스폿(G-Spot)이 여성들의 보물 제1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스폿을 통해 얻는 오르가슴이야말로 아득히 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진정한 오르가슴이라는 것이다. 
  
지스폿 예찬론자들은 여성의 사정(射精)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성의학자들은 직장 속 몇 ㎝ 안쪽에도 매우 중요한 성감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세곳의 성감대에 몰려 있는 신경섬유들은 서로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생김새나 소속은 다 다르지만 결국 '같은과'라는 얘기다. 

요즘 일각의 섹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리가슴(trigasm)'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미국의 성의학 전문가 애바 카델 박사에 따르면 트리가슴이란 여성의 음핵과 지스폿, 그리고 직장 속의 전립선을 지속적으로 동시에 자극했을 경우에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거대한 쾌감이라고 밝혔다. 

  "트리가슴이야말로 여성에게 허락된 가장 궁극적인 오르가슴이에요." 

카델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남성들의 반응은 그 반대였다. 
  
'지속적으로'와 '동시에'라는 말을 양립시키는 어법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의 기대 수준을 높여 피곤한 현대 남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려는 과격 페미니즘의 음모라는 비난도 있었다. 

  "곡예사나 마술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각기 흩어져 있는 세곳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비난에 대해 카델 박사는 다년간 자신이 연구해온 노하우를 처방으로 내세웠다. 
  
혼자 할 때와 남성 파트너와 함께할 때를 구분, 각기 가능한 체위별로 트리가슴을 유도할 수 있는 세밀한 기술을 일목요연한 도표로 정리했다. 
  
예컨대 남성 파트너와 이런 체위로 할 경우 나의 검지손가락으로는 '어디', 파트너의 가운뎃손가락으로는 '어디', 동시에 파트너의 성기로는 '어디'를 커버하면 된다는 식이다. 

카델 박사는 일명 '트리가슴 바이브레이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시판까지는 2년 정도 걸린다고. 

  "쾌감과 불쾌감의 차이는 불과 몇 ㎝에 달려 있어요. 여러 종류의 모델을 가지고 다양한 체질의 여성들에게 실험해봐야 하거든요. 어쨌든 트리가슴 바이브레이터가 시판되는 날, 남자들은 창고에 처박히게 될 테니 미리 대책이나 잘 세워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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