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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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영향권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여성들은 성적인 불만이 쌓여도 가슴깊이 묻어두고 살았다. 
섹스는 부부간의 정당한 권리이고, 섹스의 원리란 육체적인 접촉을 통해 발생되는 쾌락을 즐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성문제를 입밖에 내는 것 자체를 터부시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남성이 성적으로 무책임하고 무성의해도 유교적 모럴 가운데서 성장하고 교육받아온 여성의 인내에 의해 부부관계를 그런대로 원만하게 유지하여 왔다. 이러한 여성의 인내는 남성의 성적 무지나 성기능장애를 묵과하는 원인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여성들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부간의 성관계를 잊은 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부부관계의 끈을 그런대로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불감증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성관계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가, 못느끼는가가 논의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한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다거나, 자주 경험하지 못한다거나, 특정 부위만 자극하는 것에 의해서도 오르가슴에 이른다거나, 남편과의 섹스보다 자위행위에서 더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프로이트, 킨제이, 마스터스 존슨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4대 성의학자 중 한 사람인 헬렌 카플란은 여성의 성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사보고서를 냈다. 즉 환상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5-10%, 성관계 때 음핵을 자극받아야만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약 40%, 어떤 방법을 써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10% 정도라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부부관계만 가지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고 전체 여성의 약 10% 정도는 불감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불감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도 적지 않고, 성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인 억압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부정시하는가 하면 강박적 성격이나 지적 수준이 높은 여성 가운데 스스로를 지나치게 억압하여 불감증 환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적절한 성적 자극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여성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불감증 여성은 적절한 성치료를 통해 첫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불감증은 남성의 성기능 장애에 비해 치료 효과도 높다. 약물의 도움없이 성치료만으로 85%는 치료된다. 

여성불감증의 원인은 드물게 남성의 포경처럼 여성의 음핵이 포피에 덮여 있거나, 질 근육의 탄력이 크게 떨어져서 생기는 수가 있다. 해부생리학적인 요인이다. 음핵에 표피가 덮여 있으면 성적 자극에 민감하지 못하므로 간단한 시술로 표피를 제거해주면 된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 중에는 pc근육이라는 질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소변을 볼 때 여러 차례 멈추는 훈련을 하면 질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해부리학적 원인에 의한 불감증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심리적인 요인이나 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불감증이다. 불안, 우울, 성적 억압, 남편과의 무의식적인 힘겨루기 등이 흔한 원인들이다.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 때문에 불감증에 걸린다는 속설은 사실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너무 성에 몰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나 또는 통제력을 잃은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강박적인 성격으로 성행위 중에도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따져보고 관찰하는 것은 불안에 빠지면 나타나는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성적 반응이 더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산부인과를 오가며 남편이 아닌 남자의사의 진찰을 받거나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성적인 수치심이나 초(超)자아적인 억압이 풀리기 때문이다. 동물세계의 암컷은 교접시 성적 흥분이나 오르가슴이라는 것이 없다. 오직 수컷만이 성적으로 반응한다. 여성의 성적 반응이라는 것이 동물학적으로 보면 굉장한 특권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거의 잊혀져 있던 여성불감증이 최근에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한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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